시점 · 강민 — 균열·낙인 단계

부서진 침묵, 푸른 불꽃의 전조

第1部 · 話 2 · 검령성 · published

海東曆: 201년 4월 22일 · 검령성(劍靈城)

검령성의 오후는 새벽보다 시끄러웠다. 보일러실의 화구는 붉게 달아올랐고, 대들보의 구리종은 바람이 불면 사람의 옷깃보다 먼저 떨렸다. 이곳에서는 쇠가 먼저 계절을 알아차렸다.

강민(剛民)은 연무장 한가운데서 수련용 본국검(本國劍)을 쥐고 있었다. 날 끝은 둥글게 죽어 있었지만 검자루 안에는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코테르(機核) 반응로와 여섯 겹의 황동 톱니가 들어 있었다. 보일러의 증기가 호스를 타고 그 실린더를 밀어 주는 구조였다.

“형, 지금 48기압이에요! 이 정도면 검이 알아서 돌아요. 수치는 제가 읽어 드릴게요.”

압력계 곁에 쪼그려 앉은 단비호(段飛虎)가 땅콩 망치를 흔들며 외쳤다.

“비호 말이 맞아. 48기압이면 우리도 돌려.”

“그러니까 사부님이 뭘 시키실지가 더 무서운 거지.”

수련생들의 속삭임을 설무진(雪武陳)의 목소리가 잘랐다.

“민아.”

“예, 사부님.”

“외부 동력 호스를 분리해라.”

막내의 삽과 견습의 렌치가 동시에 멈췄다. 철컥, 렌치 떨어지는 소리가 이상할 만큼 크게 울렸다.

“네? 지금요?”

“비호는 가만있어라. 민아, 들었냐.”

“사부님, 지금 말씀이십니까?”

“지금이다.”

“메인 실린더를 돌리려면 최소 45기압은 필요합니다. 호스를 끊으면 회전축이 버티지 못합니다. 단전 내기만으로는 기어를 한 바퀴도 못 돌립니다.”

설무진은 대답 대신 연무장 한가운데의 압력계를 가리켰다. 바늘은 48기압 근처에서 가늘게 떨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금속판의 진동이었고, 강민에게는 작은 목소리였다.

“그래서 하라는 거다. 네가 듣는 것은 바늘이 아니다.”

“바늘이 아니라면 무엇을 들어야 합니까?”

“네가 기계의 떨림이라 부르는 것은 쇠가 내는 소리의 일부일 뿐이다. 해동기공(海東機工)의 첫 관문은 쇠가 돌아가기 직전의 반응을 듣는 거다. 돌아가는 소리를 듣는 건 그다음이다.”

“돌아가기 직전의…… 반응 말입니까?”

“반응이 먼저고 압력이 나중이다.”

“사부님, 그건 말씀이 너무 추상적이에요. 수치로 말해 주시면 안 될까요?”

“비호.”

“……압력계나 읽겠습니다.”

약초 바구니를 든 유서란(柳瑞蘭)이 다가오다 설무진의 얼굴을 보고 멈췄다. 오전 내내 뒤뜰에서 약초를 골라낸 소매에 마른 잎 부스러기가 붙어 있었다.

“사부님, 호스를 끊기엔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이르다고 해서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서란은 입술을 깨물고 강민을 돌아보았다.

“강민아. 무리하지 마. 손끝 감각이 끊기면 바로 멈춰.”

“알았어, 누나.”

“정말이야. 한 번이라도 손끝이 저리면 내가 먼저 호스를 다시 꽂을 거야.”

“그때는 말리지 않겠다.”

설무진의 말에 서란이 조금 놀란 얼굴로 물러섰다. 수련생들이 서로 팔꿈치를 찔렀다.

“민이 형이 진짜 하려나 봐.”

“이론상 불가능하다던데. 호스 없이 반응로가 돌았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

강민은 젖은 손바닥으로 황동 커플링을 돌렸다. 철컥. 고정핀이 빠지고 가죽 호스가 떨어졌다. 치이이이익! 남은 증기가 하얗게 뿜어져 나와 바닥으로 퍼졌다.

“진짜 끊었다……”

“쉿, 조용히 해.”

호스가 바닥에 닿는 순간 검이 이상할 만큼 무거워졌다. 살아 있던 진동이 사라지고 톱니와 반응로가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연무장의 소음도 한결 멀게 들렸다.

“형, 실린더 잠겼어요! 압력이 안 들어가니까 당연히—”

“비호.”

“……네, 입 다물게요.”

“손목이 굳었다.”

“예.”

“호흡이 높다. 쇠를 이기려 하지 말고 믿어라.”

“예!”

“숨을 아래로 내려라. 위로 끌어올리지 마.”

“내려서…… 어디까지 내립니까?”

“네가 바닥이라 믿는 곳보다 한 뼘 더. 그리고 한 줄기로 밀지 마. 갈라서 닿게 해라.”

“갈라서…… 여러 갈래로 말입니까?”

“그래. 첫 톱니의 축, 실린더 뒤쪽, 반응로 외피. 세 곳이다.”

이론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사부는 늘 불가능한 일을 시켰다. 강민이 기운을 세 갈래로 가늘게 나누어 보내자 삐걱, 검 안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움직였다!”

“조용히 하라니까!”

“돌아라.”

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가슴 안쪽에서 이틀 전 새벽의 떨림이 다시 시작되었다. 오래 잠긴 문 안쪽에서 누군가 일정하고 차갑게 두드렸다.

두근.

눈을 뜨자 먼지가 푸른 빛을 띤 채 허공에 거의 멈춰 보였다. 한기가 올라왔다.

“이건…… 단전이 아니에요!”

“사부님, 저 아이 안색이……”

“아직이다. 조금만 더 본다.”

“강민아? 안색이 왜 그래!”

“민아? 무슨 소리냐!”

“더 깊은 데서요. 단전보다 훨씬 아래예요…… 내기가 아니에요, 사부님! 한기가 척추를 따라 올라와요!”

몸속의 길을 누가 멋대로 바꾸고 있었다. 파르르르, 오른손이 떨렸다.

“강민아?”

“구리종이 왜 저래?”

“바람도 없는데 다 같이 울어!”

“검을 놓아라!”

“손이…… 손이 안 펴져요!”

푸른 한기가 손바닥을 지나 반응로에 닿았다. 그 순간 침묵이 부서졌다.

콰아아아앙!

귀가 먹먹해지고 시야가 하얗게 번졌다. 호스 없는 실린더가 굉음을 내며 맹렬하게 돌았고, 푸른 불꽃이 강민의 오른팔에서 솟구쳤다.

“청염이다…… 청염(靑炎)이야! 모두 뒤로 물러서라!”

청염. 금서에서 읽은 이름이었다. 불보다 차갑고 얼음보다 뜨겁다던 문장이 지금의 고통 앞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윽, 아아아악!”

바닥이 터지고 압력관이 꺾였다. 목인 세 구가 관절을 잃고 주저앉았다.

“사, 사부님! 으아앙!”

“막내 끌어내! 어서!”

“저쪽 압력관 터진다, 비켜!”

“서쪽 밸브 잠가! 증기가 새고 있어!”

“형! 형! 놔요, 놔 보라고요!”

“가면 죽는다, 이 녀석아!”

설무진의 왼손이 허공을 눌러 기압의 벽을 세웠다. 그러나 노스승도 푸른 원 안으로는 뛰어들지 못했다.

“사부님, 제가 들어가겠습니다!”

“안 된다! 가까이 가면 살갗이 먼저 얼어붙고 다음 순간 갈라진다!”

“그래도 가야 합니다! 맥을 짚지 않으면 저 아이가 안에서부터 탑니다!”

“기압벽이 오래 못 버팁니다!”

“알고 있다! 조금만 더 눌러 보겠다!”

설무진의 눈에 짧은 공포가 스쳤다. 평생 무서워하는 법을 모를 것 같던 눈이었다. 강민은 자신이 정말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

“멈춰…… 제발 멈춰……”

“사부님, 팔에 뭐가 올라와요! 푸른 선이 갈라지다가…… 서로 맞물려요!”

“보인다! 참아라!”

그 순간 누군가 불꽃의 가장자리를 파고들었다. 약초 바구니가 뒤집혀 말린 잎이 흩어졌다.

“강민아! 내 목소리 들려?”

“누나, 오지 마!”

“입 다물고 내 말 들어.”

소매 끝이 검게 그을렸고 머리카락 몇 올이 열에 말려 올라갔다. 서란이 강민의 오른손목을 잡자 청염의 차가운 열기가 손바닥에 심한 통증을 일으켰다. 그녀의 얼굴이 짧게 일그러졌지만 손가락은 오히려 더 깊이 맥을 눌렀다. 지금 그녀가 누르는 곳은 폭주하는 기계를 붙잡을 수 있는 자리였다.

“누나, 손이…… 손 데!”

“이 정도는 약값으로 칠게. 사부님, 맥 잡았어요! 기압벽만 유지해 주세요!”

“서란아…… 좋다, 맡기겠다!”

“네 몸을 사람이라고만 생각하지 마. 세포 하나하나가 정밀하게 맞물린 톱니라고 생각해.”

“톱니……?”

“그래. 겁먹어서 밀어내지 말고, 하나씩 유격을 찾아. 톱니가 부딪히는 자리를 비워 줘.”

“안 돼. 안 잡혀. 내 안에 있는 게 내 말을 안 들어.”

“그럼 네 말로 움직이게 하지 마. 내 호흡에 맞춰.”

“누나 호흡……”

“들이쉬고, 내쉬고. 한꺼번에 억누르지 마. 천천히, 아주 천천히.”

황금빛 기공이 가늘게 손목에서 팔꿈치로 올라갔다. 청염은 그것을 밀어내려 했지만, 서란의 기공은 싸우지 않고 같은 박자를 찾았다.

두근.

“들어와요?”

“들어온다. 숨 내쉬어. 하나, 둘.”

세 박자가 아주 잠깐 어긋났고 눈앞이 푸르게 뒤집혔다.

“누나…… 쇠 냄새가 나. 아주 오래 닫혀 있던 철문 안쪽 냄새. 누가 쇠사슬을 끌어. 그리고 작은…… 심장 모양의 기계가 혼자 뛰어.”

“그쪽 보지 마. 강민아, 여기 봐. 나를 봐.”

“누나…… 무서워.”

“알아. 무서워해도 돼. 그래도 눈은 떼지 마.”

간신히 눈을 들자 서란의 이마에도 땀이 맺혀 있었다. 청염 속에서 그녀의 손만이 유일하게 따뜻한 색을 품고 있었다. 도망가지 않겠다고 결정한 사람의 눈이었다.

“넌 지금 죽는 게 아니야. 고장 난 것도 아니야. 네 안에서 너무 오래 잠겨 있던 것이 깨어나는 거야. 그러니 네가 먼저 그걸 붙잡아. 그것한테 끌려가지 마.”

그 말이 이상하게 강민의 안쪽에 닿았다. 청염을 누르려던 힘을 멈추고 서란이 말한 대로 유격을 찾아 빈틈을 더듬자, 무작정 타오르던 불꽃이 길을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

스으으으으. 기둥이 낮아졌다. 소리와 냄새와 몸의 무게가 차례로 돌아왔다. 강민은 자신이 서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곧 무릎이 꺾였다.

털썩.

본국검이 석판을 긁으며 굴렀다. 푸른 무늬는 피부 밑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형! 형, 괜찮아요?”

멀리서 비호의 목소리가 울렸다. 서란이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외쳤다.

“비호는 거기 있어! 아직 오지 마!”

“누나. 내 팔, 아직 붙어 있지?”

“붙어 있어. 말도 잘하고 있고. 그러니까 지금은 숨부터 쉬어. 몇 번째 숨인지 세어 봐.”

“하나…… 둘……”

“그렇지. 계속 세.”

“숨이…… 자꾸 쇠 냄새가 납니다.”

“그 냄새에 끌려가지 마. 사람 냄새도 같이 맡아. 흙, 땀, 약초. 네가 있는 곳을 잊지 마.”

서란이 맥을 다시 짚다가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두 번의 고동 사이 간격이 지나치게 정확했다. 그녀는 그 사실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누나?”

“……아무것도 아니야. 말 줄여.”

연무장은 숨소리마저 죽였다. 어디선가 수련생이 속삭였다.

“봤어? 팔에 무늬가……”

“닥쳐. 사부님이 들으셔.”

설무진이 강민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늘 단단하던 손등이 미세하게 떨렸다. 탄 약초와 녹슨 황동 냄새가 그의 소매에서 났다.

“사부님.”

“말하지 마. 기운이 흩어진다.”

“제 몸속에서 방금…… 뭐가 일어난 겁니까?”

설무진의 손가락이 머리카락 사이에서 멈췄다. 대답은 늦었다.

“푸른 빛은 검객을 강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통제하지 못하는 힘은 너부터 다치게 한다. 오늘 네가 배워야 할 건 멈추는 법이다. 더 세게 내뿜는 건 그다음이다.”

“그게 뭔지…… 사부님은 알고 계십니까?”

그 눈은 무언가를 알고 있었지만 입은 열리지 않았다.

“아직은 쉬어라.”

위로로 들렸지만 강민에게는 더 묻지 말라는 뜻이었다. 설무진이 고개를 들어 연무장을 둘러보았다.

“서란아, 아이를 의공실로 옮겨라. 수련생들은 연무장을 비우고 메인 밸브를 잠가라. 압력관에는 봉인줄을 감고 아무도 들이지 마.”

“예, 사부님.”

“막내, 다친 데는 없냐.”

“없, 없습니다…… 사부님.”

“그럼 물부터 길어 와라.”

수련생들이 발끝으로 걸어 물러났다. 부서진 석판 위의 푸른 재를 아무도 밟으려 하지 않았다. 그때 마당 한편에서 툭, 소리가 났다. 비호가 파편을 줍다가 손가락을 벤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붕대 세 겹을 조르며 “형 때문에 내 도공 인생이 끝났다”고 투덜댔을 아이가 오늘은 한마디도 없었다. 호박색 눈은 피가 아니라 강민의 오른팔을 보고 있었다.

“비호야, 손 보여 봐. 파편은 손대지 마.”

“……괜찮아요.”

대답은 빨랐지만 비호의 손은 이미 황동 조각을 움켜쥐고 있었다. 부러진 보조 톱니의 단면에 푸른 그을음이 배어 있었고, 손가락에서 흐른 피가 그 옆에서 검붉게 굳었다.

◆

의공실 벽에는 마른 약초 다발이 매달려 있었고 창가에는 빛깔 다른 시약 병이 줄지어 있었다. 서란은 침상의 강민을 눕히고 오른팔을 찬물로 닦은 뒤 약초 찜질을 얹었다. 팔의 겉은 차갑고 속은 뜨거웠다.

“이거 마셔. 열을 내려 주는 거야.”

“쓴 거지?”

“쓰지 않으면 약이 아니지.”

“손가락 움직여 봐. 감각은?”

“……하나, 둘, 셋. 움직여. 그런데 내 것 같지가 않아. 겉은 아주 차갑고, 속은 아주 뜨거워.”

“그 말, 사부님 앞에서는 하지 마.”

“……왜?”

“말 줄이라고 했지. 누워.”

“누나. 나, 정말 괜찮은 거야?”

“괜찮게 만들 거야. 지금은 그 대답이면 충분해.”

서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사부님은…… 화나셨지?”

“아니. 걱정하시는 거야. 화내는 얼굴이랑은 달랐어.”

“그럼 왜 나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해 줘?”

서란은 대답 대신 찜질 천을 갈았다.

“누나, 아까 그 불꽃이 청염이지? 금서에서 본 이름이랑 같은 거야?”

“나도 책에서 본 게 전부야. 오늘 밤엔 혼자 일어나서 돌아다니지 마. 내일 아침에 다시 맥 짚자.”

“……알았어.”

강민은 눈을 감았다. 가슴 안쪽의 박동이 너무 또렷했다. 두근, 찰칵. 두근, 찰칵. 심장 소리 사이에 아주 작은 쇳소리가 끼어 있었다.

문밖에서 설무진과 서란의 낮은 목소리가 오갔다.

“민이는 자고 있냐.”

“자는 척하고 있습니다. 사부님, 저 박동은 병이 아닙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병은 아닙니다. 두 번의 고동 사이가 한 치도 틀리지 않아요. 피가 흐르는 맥이 아니라 피스톤이 왕복하는 맥 같았습니다.”

강민은 자는 척했다. 들으면 안 되는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귀가 저절로 열렸다.

“사람의 맥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섞여 있습니다. 민이는 태어날 때부터…… 아니, 더 오래전부터 무언가를 품고 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입에 올리지 마.”

“사부님.”

“이름을 붙이면 누군가 그 아이를 노리게 된다. 이 도장 밖에는 이름만 듣고도 사람을 해부하려 드는 자들이 있다. 민이는 아직 자신이 무엇을 품었는지 몰라야 한다. 알아야 할 때가 오기 전까지는, 네가 누나의 손으로 그 박동을 가라앉혀라.”

“사부님은 왜 그 아이에게 직접 말하지 않으십니까?”

“내가 말하면 그 아이는 나를 믿어서 그대로 받아들일 거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감당할 준비가 되기 전에 믿고 받아들이면 너무 빨리 무너진다.”

강민은 손가락을 움찔했다. 자신에게 무언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보다 설무진이 그것을 알고도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아팠다.

밤이 깊어 서란이 옆방으로 자리를 비우자, 강민은 다리를 후들거리며 뒷문으로 빠져나가 혼날 때마다 올라가던 지붕에 올랐다. 기와 몇 장이 발밑에서 삐걱거렸다. 용마루에 앉으니 골목마다 증기등이 켜진 검령성이, 성벽 너머로는 별을 가린 탁한 북쪽 하늘이 내려다보였다. 멀리서 야경꾼의 딱따기 소리가 느리게 지나갔다.

오른손을 펼치자 푸른 무늬는 사라졌지만 손바닥 중앙에 얇은 서늘함이 남아 있었다. 왼손을 가슴에 얹으니 두근, 찰칵 소리가 돌아왔다.

“무서운데…… 이상하게 익숙해. 오래전부터 내 안에 있던 걸, 오늘 처음 알아챈 느낌이야.”

“나는 뭐지.”

밤하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아래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다.

틱.

자신의 박동보다 반 박자 늦은 소리였다. 봉인줄이 걸린 연무장 쪽이었다.

틱. 틱.

“설마……”

낮에 멈췄던 본국검의 실린더가, 아무 동력도 연결되지 않은 채 혼자 아주 천천히 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먼저 들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연무장 그림자 속에서 붕대 감은 손가락으로 황동 톱니를 쥔 비호가 굳어 있었다. 그의 손안에서 푸른 그을음이 얇게 빛났다.

“형…… 이거, 혼자 돌아요. 아직 따뜻하고요.”

“알아. 나도 들려. 너, 거기서 언제부터 있었어?”

“……파편 줍다가요. 아니, 안 주웠어요. 아니, 주웠는데……”

“비호야.”

“형 팔에서 나던 거랑 같은 냄새가 나요.”

“그거 이리 줘 봐.”

“싫어요. 아직 따뜻하다니까요. 형 손 데어요.”

호박색 눈이 어둠 속에서 작게 반짝였다.

지붕 위에서 몸을 일으킨 강민을 비호가 올려다보았다. 두 사람 사이로, 멈춰 있어야 할 검이 또 한 번 속삭였다.

틱.

— 話 2 終 —